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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 on the fence -1, 53×507.5cm, Oil on panel, 2021
“저런 것들은 허상에 불과해”
누군가 커다란 천을 쏘아대며 내게 소리쳤다.
“저 실없이 웃어넘기는 표정들을 봐. 저들의 모습에는 거짓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
나의 왼쪽 머리가 강하게 움직이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하게 했다. 바주카포를 어깨에 기댄 자가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끊임없이 오른쪽의 화면을 덮으려 했다. 하지만 거리가 먼 탓에 오른쪽을 덮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타닥타닥- 저 뒤쪽에서 뭔가 태우는 소리가 들렸다.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구경이 없다지.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군가 비닐봉지를 쓴 자들에게 세례를 내리듯 비닐봉지를 태워주는데 그 모습은 가히 성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없었다. 비닐봉지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머리조차 녹여버린 게 아닌가. 그 옆으로는 이를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줄을 지은 채 아무렴 상관없다는 태도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째선지 녹아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자들의 머리가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온전한 하나의 머리지, 녹아 사라져 버린 머리가 아니다. 괜히 휩쓸려 줄을 서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지만, 저 자유로운 날갯짓을 보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놀라 옆을 봤다. 선상 레스토랑이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새머리를 한 이가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면서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이곳의 주인장인 듯 보였다. 손님이 아닌 창밖만 내다보고 있는 주인장이라니. 주인장의 석연치 않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비닐과 머리가 녹아내린 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딘지 가라앉은 분위기. 다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음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음식을 만드는 소리도 안 들리는 이곳에서 어떻게 저렇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주인장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저기 저 기다리는 이들이 안 보이세요? 뭐라도 내놔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저들에게 기다리라고 말 한 적이 없어. 저들의 선택일 뿐이야. 난 그저 받아들일 뿐이지”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여전히 시선은 창밖을 향했다. 대체 무엇이 보이길래 저렇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건지. 나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그 위를 부유하는 둥지와 뗏목, 그리고 저 멀리 한 줄기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섬광에 가까운 그 빛은 마치 인어의 목소리처럼 청량하고 몽롱하게 다가왔다. 나를 끝없이 붙들었다. 너무도 달콤한 빛줄기에 정신이 아득해질 무렵, 어느샌가 나도 바다를 부유하는 이들 중 하나가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뗏목을 붙잡아 겨우겨우 올라 가려 하자, 뗏목에 빼곡히 들어선 발들이 내게 발길질하며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선상에서 보았던 황홀한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혹한 발길질과 파도만이 나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가라앉고 나서야 빛줄기가 보이는데, 분명 나를 위한 빛줄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의 버둥거림을 보여주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빼버렸다.